굿데이 서평 2002. 10. 8

 

로맨스 없어도 재미 끝내주는 전쟁소설 '남해'

 

한국과 일본의 해상 전쟁을 그린 소설 <남해>(전 2권·들녘)가 나왔다.

 

저자는 <동해> <데프콘> 등으로 군사 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진병관(34), 김경진씨(38). 공동 집필이라는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들은 군사 문화를 연구하는 마니아 모임에서 만나 한 배를 타게 됐다. 진씨가 아이디어를 내고 전투 상황을 구성하면 김씨는 스토리를 첨가하고 상황을 매끄럽게 연결해 소설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일련의 소설을 통해 이들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영해가 영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

 

"사람들이 독도에 대해서는 발끈하면서도 남해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을 둘러싼 첨예한 이권문제가 이번 소설의 배경입니다."

 

소설은 한국과 일본이 진행하던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 설정을 위한 협상이 난관에 부딪히고, 제주도 남동쪽에서 한국 해군 광개토 전대와 일본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군이 격돌하면서 시작된다. 이 전투에서 한국 해군은 50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일본은 적극적인 해상봉쇄에 나선다. 일본의 압도적인 해군력에 계속 밀리면서 민간 선박이 나포되고 침몰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지자 한국 해군은 최후의 수단으로 잠수함 세척을 도쿄만으로 잠입시킨다.

 

<남해>는 단 한명의 여자도 등장하지 않는 철저한 남성 위주의 소설이다. "현실적으로 해군에서 여성은 아직 핵심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삶과 죽음을 오가며 벌이는 아름다운 로맨스는 기대하지 마십시오."

 

진씨와 이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투 자체에서 맛볼 수 있는 쾌감이다. "일본과 미국의 군사 소설이 각각 정치와 스파이 중심으로 흐르는 것과 달리 우리 소설은 실제 전투의 생생한 묘사를 통해 새로운 색깔을 내고 싶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 일본에 비해 열세인 한국 해군이 승리하는 시나리오의 개연성을 얻기 위해 4년 동안 철저하게 고증했다.

 

최민수·정우성이 출연했던 영화 <유령>의 감수를 맡기도 했던 이들은 요즘 한층 사실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돼 흥분하고 있다. 진씨가 해군의 초청을 받아 8일부터 약 4개월간 해군 전함을 타고 세계를 일주하게 된 것.

 

"다음 작품으로는 서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벌이는 해상 전쟁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각 8,500원.

 

 

 

김지원 기자